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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청산도 할아버지와의 만남

2008년 5월15일에 써 놓은 것입니다.
5월 10일 전후로 입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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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핀 제거한다고 3일간 입원하였다.

기준병실에 자리가 없어 3인실에 입원하였다.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신 할아버지와 한 방을 쓰게 되었는데

그 할아버지께 들은 이야기이다.


그 할아버지는 76세.

고향은 전남 완도의 청산도.

고령에도 불구하시고 고장의 일을 수치로 기억하고 계셨다.

지역의 일에도 밝으셨다.

어쩌다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청산도 이야기, 6.25때 이야기,자식들 이야기 등등을 듣게 되었다.

귀가 어두우셔서 말을 주고 받기보다는 주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일부를 옮겨 본다.


이번이 전 생애에서 3번째 전신마취라 하신다.


청산도는 전국에서 가 보고 싶은 섬 3곳 가운데 한 곳이란다.

낚시꾼들도 많이 왔었고. 그런데 이 낚시꾼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려서

해안이 오염되었다 한다.


6.25때는 지리산에서 빨치산 토벌대에 있으셨고

그 전에는 양구인가에서 전투를 하셨단다.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처절한 전투.

다리 짤려 나간 사람들, 보아 둔 은폐처에 총탄을 뚫고 가 보니

다른 이가 먼저 차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

제주도에서 훈련 받고 온 신병들 수 백 명 올려 보내면 전멸.


고지 탈환하면서 가슴에 총상을 입으시고,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신병에게 전투에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어 벌을 받게 되니

자기 총으로 손가락을 쏘라고 알려 주었다는 이야기.

그 신병은 손가락 두 개를 짤랐다 한다. 총으로.


마산 국군병원에 후송된 이야기.

퇴원 수속에 헌병들이 있었다 한다.

꾀병 부리지 말라며 전투에서 부상당하여 치료 또는 완치된

군인들에게 몽둥이질을 했다는 이야기.

죽거나 전투할 수 없을 정도가 되지 않으면 제대할 수 없는 상황.


군인들 인사 관리가 제대로 안 되어 하사가 일병이 되고

상사가 병장이 되고....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들의 쌀을 포함하여 보급품을 횡령한 장교나 상관들 이야기.

규정이 6홉인데 3홉만 지급 받았다나.


완치된 군인들에게 너희들은 공이 있으니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근무할 것이라

해 놓고 기차가 멈춘 곳을 보니 지리산 근처.
빨치산 토벌대로 보내진 것이다.

분개하는 병사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단다.

국군은 전사자가 있으면 시체를 제대로 수습하지 않았는데

인민군들은 그나마 수습했다는 이야기.

전사 후 얼마 지나면 빨치산에 의해 국군 시체의 옷은 다 벗겨졌다 한다.

자기들 옷으로 사용하려고.



작전 중에 빨치산 한 명을 생포하였는데 상사가 사정을 듣고 살려 주고

국군 옷을 입혀 데리고 다녔다는데 그 빨치산은 광주 갑부집의 외아들이었단다.

어느 날인가 광주에서 가까운 곳에서 작전 중 그 빨치산이 자기집을 데리고 갔단다.

그 집에서는 죽었을 줄 알았던 외아들이 살아 돌아와서 그 은혜를 갚는다고

전쟁에서 살아만 돌아오면 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하며 고등학생인 딸과

약혼을 시켰다는 이야기.

부대로 돌아온 그 상사는 글씨를 쓸 줄 몰라 그 할아버지가 대신 써 주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영어 2줄 정도 넣고 했다 한다.


잠시 그 상사 이야기.

그 상사는 집이 신의주인데 38선이 나뉘기 전에 영월에 사는 이모집에 왔다가

38선이 나뉘는 바람에 돌아가지 못했다 한다. 이모는 조카를 가르치지도 않고

일만 시켜 나중에는 도망나왔다 한다.


그 할아버지는 수색대로 지원하여 갔는데 지리산 여기저기에 통신선이 깔려

있었다 한다. 그 지점에 도착하여 보고 하곤 했는데 3지점까지 가야 된다면

2지점까지만 가고 3지점에 있다고 허위 보고 하기도 했다 한다.


한 겨울 밤에 눈속에서 움직임을 포착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긴장하며 경계하다가 끝내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고.


지리산 전투에서도 부상당하여 다시 국군병원에 갔는데

이승만 대통령이 병원 방문한다고 치료 받다 말고 강제 제대시켜

고향으로 쫓겨난 이야기.


자식들 잘 가르치려고 최선을 다하셨다는 이야기.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은 여러 번 들어 지겨울 얘기였겠지만

나로서는 처음 들어 보는 것들이어서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까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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