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30
조금 지난 일이다.
휴가다.
일주일 정도.
전국을 반바퀴 가량 돌 생각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집에서 몇 일을 뒹굴거리다가 속초나 다녀 올까 하였다.
그러나 역시 이도 다른 일이 생겨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기어이 목요일에 집을 떠났다.
오후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날은 자전거 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얼마만에 타는 자전거냐!!
그래서인지 힘껏 구르는데도 바라는 만큼 나가지 않는다.
몇 킬로를 달리고 평속을 보니 24km/h 정도.
무리해서 속도를 조금 더 낼까 하는 마음도 일었지만
그랬다간 얼마 못 가서 오랜 휴식을 해야 할지 모른다.
목과 입은 왜 이리 마르는지.
속도는 안 나도 힘들고 지친다.
부여-공주간 강변 도로에 들어섰다.
중간에 내려 쉴까 하는 유혹도 있었지만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안장 위에서 쉰다.
탄천, 이인을 지난다.
공주에 거의 도착할 때 쯤 몸이 조금 풀린 듯하다.
초반보다 속도가 조금 높아졌음에도 오히려 힘은 덜 든다.
신공주대교를 지나 사거리 신호에서 기다린다.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가는 것이 나름의 목표다.
시간이 지날수록 힘은 덜 들고 속도는 높아간다.
평속이 1km/h 정도 올랐다.
30km/h 가까이 가고 있는데
초반의 늦었던 속도 때문에 평속이 쉽사리 늘지 않는다.
그렇게 두 시간을 조금 못 달리니 차령고개 아래였다.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전화하고 물 마시고 스트레칭 하고
다시 출발.
차령고개는 오르막이랄 것도 없다.
터널을 지나 내리막을 달린다.
30, 40, 50.....
최고속을 갱신해 볼까 하지만 잘 안 나가네.
옛길로 내려 선다.
저번에 처음으로 차를 타고 지났던 길로 가기 위함이다.
그 길이 차가 적고 처음 가는 길이어서 좋을 듯하다.
지쳤는지 작은 오르막이 차령고개보다 힘들다.
고개 넘어 천안공원묘지 입구의 가게에서
따뜻한 음료수와 땅콩/쵸코렛 버무림을 먹는다.
날은 이제 어둠이 내린다.
후미등을 켜고 달린다.
잠깐 쉬어서인지 서늘하다.
이 길도 차가 많네.
갓길도 정비가 잘 되어 있지 않다.
커다란 화물차 한 대가 추월하지 못하고
뒤를 따라 온다.
건너편 차선에 차는 끊이지 않고 이 쪽 차선에는
자전거 한 대가 버티고 있으니 답답하였을 것이다.
추월하였을 때 미안한 마음에 손을 들어 보인다.
백미러로 보았는지 모르겠다.
평속은 이제 26km/h 로 올라 있었다.
갈림길에서 길을 물었다.
7-8km만 가면 온양이란다.
천안-온양간 길이 꽤 막힌다.
매연이 가득하다.
덜 먹어 보겠다고 속도를 올린다.
40km/h 가까이 달린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하여 목욕탕에 갔다.
아저씨에게 자전거를 봐 달라 하고 내려가
따뜻한 물 속에서 피로한 몸을 푼다.
어느 아저씨 한 분이 옷을 보더니 선수냐고 묻는다.
목욕탕을 나와 자전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아저씨가 자전거 가격을 물어 말씀 드리니 조금 놀라신다.
친구를 만나 볼 일을 보고 친구는 돌아가고
나는 여관에서 잠을 잤다.
새벽녁에 잠이 깨었다.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뭐지?
다시 조금 더 잔다.
여섯 시쯤 깨었나?
창문 밖을 보았다.
이런~ 낭패다!
아까 그 소리는 빗소리였다.
가로등 불빛에 빗줄기가 보인다.
텔레비젼의 채널을 돌려 날씨를 확인한다.
하루 종일 비가 온댄다.
갇혔다.!
그래도 그치기를 기다린다.
잠시라도 틈이 보이면 자전거 끌고 나가 버스를 타야지.
안 그친다.
결국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끌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차를 타고 오는데 수원쯤을 지나는데 밖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첫 눈 치고는 매섭다.
도착하였을 때 안양에는 비도 눈도 오지 않았다.
부여에서 온양까지 84km.
소요 시간은 3시간 반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