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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유

대부도를 가다

2004.11.17

                                                     <소래 폐염전창고> 

언제부터였지?
아마 3주전 쯤?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릎까지 아파서 자전거도 제대로 타지 못했다.
거기다가 담배는 점점 늘어갔다.
술은 빠지지 않았고.
기어이 지난 주말 쯤을 전후하여 내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긴급구조 신호를 보낸다.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일찍 퇴근하여 쉬어도 보지만 큰 차도가 없다.
결국 휴가를 내었다.
오늘이었다.

지난 밤 일찍 잠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눈을 뜨더니 시간마다 깨어 시계를 본다.
6시께에는 잠자기를 포기하고 라디오를 틀었다. 
우리집에는 텔레비젼이 없다.
그렇게 2시간을 뭉기적거리며 라디오를 들었다.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
이 닦으면서 거울을 본다.
머리를 감을까 말까...아무래도 감는 게 좋겠다.
세수는?....하지 뭐.
어렸을 때 학교 안 가는 날은 세수 안 하던 버릇이 여전하네. ㅋㅋ

아침은 라면에 떡 첨가하여 후르~륵~~.
편의점에 들러 쵸코렛/땅콩 버무림하고 양갱하고(클로렐라)
사서 가방에 넣는다.
9시에 시간 되는 이들 있으면 자전거 타자 했는데 평일인데 가능할래나.
역시 아무도 없다.

아무래도 먼거리를 갈 거니까
타이어에 바람을 꽉 채운다.
어디를 가지...?
한강을 나가서 탄천 따라 한 바퀴?
그건 좀 지루하지.
안 가 본 곳으로 가 볼까.
소래염전으로 가자.
저번에 소래포구만 보고 온 것이 아쉬웠는데.

안양천을 따라 간다.
지난 밤 퇴근길에 왼무릎이 살짝 아프더니 이제는 조금 세게 아프다.
그래도 패달은 굴려지니 가 본다.
이후 지명을 모르니 생략. ^^
물왕리 저수지던가..거기를 돌아간다.
갓길이 없으니 뒤따라 오는 차 짜증이 날 수도 있겠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염전에 도착했다.
25km 쯤 되는 듯하다.
[해양생태공원]이라고 써 있다.
폐염전을 공원화 한 모양인데 정비가 잘 되어 있지는 않다.
아이들 몇, 자전거 타는 이들 몇, 관리하는 이들 몇, 그리고 나.
갈대는 많다.
이 염전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천일염전이란다.
염전 창고도 많은 것으로 보아 규모가 꽤 컸던 모양이다.
그 곳에서 2시간 정도를 보냈다.

이제 소래 포구로 간다.
수인선을 보러.
운행을 중단한지 10년 좀 넘었나?
협궤 철길은 대부분 흙이나 풀, 판자 밑에 깔려 있고
모르는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만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걸었다.
그 길을 따라 노점상이 짧게 이어진다.
평생을 이 곳에서 보냈음직한 할머니께서 점심을 드신다.
막걸리 간판이 유혹하지만 외면한다. 크으.

이제 어디로 갈까?
영흥도와 시화방조제가 떠오른다.
천천히 포구를 돌아간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난간에 쭈욱 늘어서 있다.
내려다보니 높이가 수십 미터는 되겠다.
잡아 올리는 이 드물다.

얼마를 더 달렸을까.
시화방조제 시작점이다. 12km.
30분 이내에 주파할 듯하다.
무릎이 안 좋으니 저단에 빠른 패달질로 속도를 낸다.
속도계는 30km/h 근처를 맴돈다.
평상시에도 이렇게 패달질을 해야겠다.
갓길에 차들이 즐비하다.
모두들 낚시를 하는 이들의 차들이다.
중간 쯤을 지나는데 배가 고파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차량음식점은 건너편에만 있다.
잠깐 휴식....

시화방조제를 건너니 대부도다.
이런! 고대하던 음식점이 안 보인다.
오른쪽이 방아머리선착장, 왼쪽이....기억 안 남.
왼쪽으로 간다.
왼편으로 칼국수 집이 보인다.
야호! 저기 가서 먹자.
모퉁이를 도니 오른쪽에도 가득하네.
인상 좋아 보이는 주인을 찾는다.
얼굴들을 안 보여 주네.
아무 집이나 들어가 칼국수를 시킨다.
자전거 타고 온 이들을 여러 번 맞은 모양인지
뒤에 일행이 더 있는지 묻고
물통을 꺼내니 정수기로 안내한다.
칼국수는 큰 냄비에 가득 나왔는데
못 먹을 줄 알았는데 국물까지 다 먹었다.
거기다 물 세 컵 완샷으로다가 꿀꺽.

이제 배는 부른데 오후 2시다.
영흥도까지 다녀 오면 날은 저물고도 한참 더 지나겠다.
이제 돌아가자.

올 때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는 아직도 서 계신다.
시화방조제, 이번에는 한방이다.
올 때와 비슷한 속도로 돌아간다.
차량음식점들은 더 이상 관심거리가 아니다.
숨쉬기를 두 번 연속 들이 쉬고 두 번 연속 뱉는데 잘 안 된다.
허.허..하.하. 이렇게 하는 거라고 했는데.
방조제 끝에 이르러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
차량이 올 때보다 늘었다.
신호등은 제 때에 바뀐다.

이상하다.
자전거가 조금 흔들리는 듯하다.
도로가 안 좋은가.
뒤바퀴를 보니 납작해져 있다.
얼른 내려 바퀴를 살펴 보니 쇳조각이 박혀 있다.
보도로 올라선다.
차소리가 시끄러워 상가쪽으로 걸어간다. 터벅터벅.
힘들어서 귀찮으니까 자전거포를 찾을까 하는데
산책로와 의자가 보인다.
저기 가서 빵꾸나 때우자.
느긋하게 브레이크 풀고 바퀴 빼고
타이어 풀고 튜브 꺼내고 공구 꺼내고..
이래도 20분까지는 안 걸리겠지.
이 동네에 내가 아는 이 있던가?
낯선 동네에서 지나는 이들과 서로 관심 없이 
오후의 따땃한 가을 햇살 받으며 빵꾸를 때운다.
손이 지저분해졌다.
이제 다시 가 볼까.

소래포구 앞을 지난다.
신호 무시하고 은근슬쩍 가 본다.
무릎이 조금 더 아파 온다.
그래도 속도는 줄이지 않는다.
아까 그 저수지를 끼고 돌아 간다.

앗!
이 시간, 이런 곳에서 신호를 보내다니.
역시 몸이 안 좋아!
주유소 화장실에 미끄러지듯 침투한다.
걔네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끄러지듯 탈출한다.
역시 무리해서 자전거 타기를 잘 한거야.
무리한 자극으로 몸을 초기화시킨 거라고 되뇌인다.

목욕탕에 오니 오후 5시.

속도계를 보니
자전거 탄 시간 5시간
거리 111km

반신욕으로 마무리.

그리고 다시 타이어 바람을 조금 뺀다.
이번 주 토요일 영흥도행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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