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30
지난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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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이나 되었다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 한 것이냐!
저번 주 화요일 쯤부터 담배를 안 피웠다.
장거리를 타는데 그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계획은 새벽 5시경에 출발하여 12시 전에 집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회사도 일찍 끝나고 집에서 조금 마셨다.
거사(?)를 치루기 위한 전날 밤인지라 반병 정도만 마셨다.
가방을 꾸려 놓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깨니 7시, 많이 피곤하다.
그렇게 여러 번 깨다 자다를 반복하다 11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를 타고 갈까 자전거를 타고 갈까 고민이다.
자전거로 가 보자. 가다가 힘들면 차 타고 가고.
다시 가방을 연다. 사진기를 꺼내 놓는다. 아무래도 무리다.
휴대할만한 작은 사진기를 다시 사야할 것 같다.
회사에 가서 공구 가방을 넣고 점심을 먹고 1시 경에 출발한다.
세 시간 정도의 에너지는 될 것이다.
물을 평소보다 많이 먹어 둔다.
하늘에는 구름이 듬뿍 차 있다.
자전거 타기 좋다.
회사일로 오랜 시달림 뒤라 천천히 간다.
빨리 가는 것보다 완주가 목표다.
오르막에서는 쉬엄쉬엄, 내리막에서는 패달질 하지 말고 느긋하게 가자.
그리고 차의 도발에 동요하지 말자.
초심은 이랬었다.
20km/h 초반대를 유지한다.
지지대 고개를 넘어 수원에 들어선다.
신호 바꾸기 전에 통과한다고 20분전 다짐이 깨어진다.
본의 아니게 여기서 이번 주행의 최속 55km/h를 기록한다.
수원 도심을 통과하는데 안 가 본 길로 가 본다.
이 또한 자전거 타는 맛이다.
15km 정도를 갔을까...탄력을 받았는지 속도계는 30km/h를 웃도는데
다리에 힘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천천히 구르는 게 더 힘이 든 상황인지라
돌아가는 대로 내버려 둔다.
수원 시내를 벗어나자마자 만나는 비상활주로를 지날 때 시간을 보니
저번보다 빠르게 가고 있다.
작은 언덕들에서도 속도가 줄지 않는다. 이상하다.
오직 빨간 신호등 앞에서만 속도가 줄어든다.
오산까지 무리 없이 간다.
오산 어느 사거리에서 간발의 차이로 신호에 막힌다.
건너편을 보니 큰 자전거포가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린다.
출발....하자마자 뒤가 기우뚱거린다.
바람이 샌다.
귀찮아서 건너편 자전거포로 끌고 간다.
예비 튜브는 있었지만 구입하여 교체했다.
1km 남짓 갔을까...다시 기우뚱한다. 또!
돌아갈까 하다가 너무 멀어 내가 때운다.
어딘가 기억이 안 나는데 승용차 한 대가 내 옆에 붙더니
다시 1차선으로 들어가 버린다. 일 없네!
밥 한끼가 세 시간을 못 간다.
평택역에 도착하여 작년 추석 때의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간다.
속도는 여전히 30km/h를 웃돈다. 걱정된다!
천안 터미널 근처에서 휴식한다.
시간은 5시쯤. 날이 어두워져야 도착하겠다.
주말인데 예상보다 차가 적다.
몸이 학습했는지 저번보다 더 빠르게 감에도 덜 힘들다.
조금만 내리막이 있으면 패달질 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어 휴식한다.
차령고개를 힘차게 오를까 하는데 힘에 부친다.
앞 기어를 가운데 체인링으로 내리고 천천히 올라간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긴 내리막이 시작된다.
몇 킬로미터는 쉬듯이 갈 수 있겠다.
그렇게 휴게소를 만날 때까지 30km/h 후반대를 유지한다.
주저하다가 아이스크림 하나, 음료수 하나, 과장 한 봉지를 비운다.
할리 데이비슨을 탄 여행자가 들어 와 라면을 주문한다.
한 때 타고 싶었던 것인데.
오른쪽으로 해가 기운다.
희멀건 노을이 사진기를 두고 온 아쉬움을 달랜다.
서산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공주에 도착해 보자.
갓길 없는 구간이 나타난다.
오가는 차는 적지만 조심한다.
공주대교(?)를 넘어 터널을 통과한다.
이제부터 지루한 20km 강변도로다.
모퉁이를 돌고 돌아도 똑같은 모습 뿐.
강변 도로에서 한 동안 쉬었다.
해는 보이지 않지만 빛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조금 춥다.
갓길을 따라 간다. 속도는 20km/h 중반에서 머문다.
저 모퉁이를 돌면 끝이 날까! 설마?
점점 지쳐간다. 이래 가지고서야 속초를 갈 수 있을까.
드디어 강변도로 끝 언덕마루에 올라 휴식한다.
남아 있는 음료수를 모두 먹어 비운다.
날은 어둡고 갓길도 없는 도로를 달려야 한다.
뒷깜빡이를 켜고 나아간다.
조금 전까지 헉헉거리더니 이제는 또 다시 30km/h 초반대를 유지한다.
갓길 없는 게 위기 의식을 깨웠나 보다.
그렇게 8시 경에 집에 도착했다.
쉬어 간 시간이 길어 속도계에 찍힌 기록들은 큰 의미 없어 거리만 옮긴다.
거리 : 147.7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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