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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유

허밍버드 따라 하늘공원까지

2004.12.14

 

지난 토요일은 허밍버드팀에 낑겨 자전거를 탔다.
무리했는지 그날 밤 감기가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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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인데도 춥지 않다.

토요일 아침,
누워서 무릎의 상태를 확인한다.
조금 비정상적인 신호를 보내긴 하는데
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듯 하기도 하고.

느즈막히 이불 속에서 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못 견디겠으면 돌아오자.'
종합운동장 사거리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한다.

가게가 너무 지저분하다.
내가 보기에 지저분하면 많이 지저분한 것이다.
다음부터는 다른 가게로 가야겠다.
횡단보도를 건너 자전거 가게로 간다.
오늘은 하늘공원을 간다는데 어제 밤에 장착한 바엔드의 효과를 경험해 보아야겠다.

물품을 사 놓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장착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나 보다.
신발이 그랬고, 패달이 그랬고, 옷이 그랬고, 바엔드가 그랬다.
다 그랬다.

여러 분들이 와 계신다.
10시경에 출발.
학의천변을 따라 내려가다가 안양천변을 오른다.
용문을 올라 용이 되듯 안양천을 1시간 안에 오르면 초급 딱지를 떼도 되지 않을까!
난 맨 꼴찌로 가고 있는데 앞서 가시던 댄서님이 멈춘다.
고수인지라 무심하게 지나간다.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안양천변 도로가 잠시 끊어진 곳에서
몇 분과 펑크 때우느라 뒤 쳐진 댄서님과 합류하여 나아간다.
모두 10명.
네모님이 선두에서 길을 여신다.
그런데 갈림길.
배반당하는 네모님.

철로 옆 길을 따라간다.
바엔드 시험을 위해 속도를 내 본다.
바엔드 달고 안장을 5mm 앞으로 당겼다.
나름의 생각에 패달질에 힘이 좀 더 실릴 것 같다.
좀 더 장거리여야 차이를 느낄 수 있을텐데 어쨌든 편하긴 하다.

잠시 휴식.
역시 거기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
배반의 충격에서 아직 못 헤어나오신 듯
네모님이 홀로 윗길에서 일행을 굽어 본다.

다시 출발.
또 한참을 가다 안양천/한강 합류지점 4km 쯤 전에서 휴식한다.
뒤 쳐진 일행을 기다린다.
내 자전거 뒷 변속기를 댄서님께 보인다.
세차 불량이 원인이란다.
편의점 지저분한 것만 보고 있었으니...쩝.

합류지점에 도착.
수 많은 자전거가 보인다. 열 대도 넘었다.
잠시 휴식 후 댄서님을 선두로 성산대교에 진입한다.
새로운 길을 알았다.

성산대교 건너에서 휴식한다.
싸이클 튜브가 낭자하다.
또 빵꾸를 때운다.
피오나님 손에는 김 나는 컵라면이 들려 있다.

새로운 분이 등장하신다.
나중에 산아름 별명은 uni00이라 하시는데 허밍버드 별명은 지금도 알지 못한다.
입고 계신 져지가 내가 그토록 사고 싶어했었던 것이다.
그 분은 먼저 출발하시고 우리 일행은 한동안 그 곳에 있었다.

출발...하자마자 싸이클 빵꾸.
미처 때우지 못한 곳이 있었던 모양이다.
앞에 하늘공원 오르막이 보인다.
강 건너에서 바라만 보았던 와 보고 싶었던 곳이다.
오른다.
마운틴님의 패달질이 매우 안정적이다.

위에 오르니 억새밭이 펼쳐진다.
억새밭 가운데에서 잠시 휴식한다.
그 곳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오는 이들에게 이런 저런 말씀을 건네신다.
사진 찍고 주변을 돌고 내려간다.
모두들 이 곳에서 그 날의 최속을 기록했으리라.

월드컵 경기장 앞에 가서 낮은 계단을 오르고 내리다가
다른 분들과의 약속 장소로 이동한다.
낯선 길에는 설레임이 있는데 서울의 길은 매연 뿐이다.
나는 뒤에 쳐져서 가고 있는데 길 건너에 자전거 타는 두 분의
시선에서 친근함이 전해진다.

나 홀로 신호 대기 중이다.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미아 됐다.
다시 일행을 만나 누군가를 기다린다.
좀 전에 마주쳤던 두 분이었다.
점심은 두 분의 안내로 깔끔하고 맛난 중국음식점에서 했다.

겨울 방학 동안 전국일주를 계획중이시란다.
서울-목포-부산-서울.

점심을 먹고 홍대 앞에 가서 휴식하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두 분에게서 낭만이 느껴진다.

돌아갈 길을 이야기한다.
두 분과 헤어지고 돌아간다.
양화대교를 건넌다.
한강 둔치길에는 마라톤 대회가 있는 모양이다.
조심조심 나아간다.
배번을 본다.
순서대로 되어 있겠지.
1000번대, 2000번대...7000번대도 보인다.
여의도 마라톤 대회 도착지점을 자전거로 통과한다.
마라톤 관계자들 인상이 찌뿌려지고 큰소리를 내는데
공공의 길인데 미리 앞에서 통제했어야 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에 손을 들어 주었다.

피오나님이 쳐진다.
다른 분들도 팔에 피로가 오는지 타는 중에 팔을 흔든다.
저런 때에는 바엔드가 제격이다. 난 오늘 바엔드가 있다. ^^
언제부터인가 무릎도 아프지 않다.
반포지구에서 휴식하며 돌아갈 길을 의논한다.
그런 때에는 피오나님이 대장이었다.
양재천으로 가기로 한다.

해는 곧 떨어지고 피오나님은 쉽사리 나아가지 못한다.
앞선 일행은 먼저 가고 피오나님을 위시한 후미조는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
과천에서 쉬면서 호떡을 사 먹었다.
가장 지친 사람이 우선이다.
가까스로 돌아왔다.

나도 조금 무리한 것 같다.
바엔드는 장착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간 자리에 올빼미들이 날아 들었다.

<하늘공원 억새밭> - 갈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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