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지만 재미 있는 글이어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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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 수업 시간.
"오늘은 과학과 예수 그리스도 사이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지." 그리고는 무신론자인 철학
과 교수가 한 학생을 일으켜세웠다.
"자네는 크리스챤이지?"
"네."
"그러면 자네는 신을 믿나?"
"물론입니다."
"신은 선한가?"
"당연히 선합니다."
"신은 막강하지? 신은 아무것이나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자네는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성경에 따르면 저는 악합니다."
"아, 성경!"
교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네. 만약 지금 아픈 사람이 이곳에 있고 자네가 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가
정해보세. 자네는 치료해줄 수 있네. 그러면 치료를 할텐가? 적어도 치료하려고 노력은 해보겠나?"
"네. 그럴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선하군!"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지? 아프고 불구가 된 사람을 기꺼이 도와주려는데 말야. 사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
들이 도와주려고 할 걸세. 단지 신은 그러지 않을 뿐이지."
(침묵)
"신은 도와주지 않아. 그렇지 않은가? 내 동생은 크리스챤이었는데 암으로 죽었네. 예수에게 고쳐달라
고 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 그런데 예수가 어떻게 선하다고 할 수 있지? 대답해 볼 수 있겠나?"
(침묵)
나이 든 교수는 다소 동정심이 생겼다.
"대답할 수 없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는 학생이 긴장을 늦출 수 있도록 책상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조금 마셨다. 철학에 입문하는 학
생을 호되게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보지. 신은 선한가?"
"음.... 네."
"사탄은 선한가?"
"아닙니다."
"사탄은 누가 만들었지?
학생은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시....신이요."
"그렇지. 신이 사탄을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노교수는 뼈마디가 앙상한 손가락으로 숱이 별로 없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키득키득 웃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번 학기는 아주 재밌는 학기가 될 것 같군요."
그리고는 크리스챤 학생을 향했다.
"말해보게.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나?"
"네. 그렇습니다."
"악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 그렇지 않나? 그리고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지?"
"네."
"누가 악을 만들었나?"
(침묵)
"이 세상에 질병이 있는가? 부도덕은? 증오? 추악함? 이 모든 끔찍한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학생은 안절부절하며 대답했다.
"네."
"누가 만들었지?"
(침묵)
교수는 갑자기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가 만들었지? 대답해봐!"
마치 먹이를 노리는듯 교수는 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이 모든 악을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학생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차마 교수의 노련하고 집요한 눈빛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교수는 교실 제일 앞쪽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갔고 모든 학생들은 이 상황에 푹 빠져들
고 있었다.
"말해보게." 교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창조했는데 어떻게 신이 선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는 이 세상의 모든 악을 가르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을 휘휘두르며 물었다.
"모든 증오, 잔인함, 고통, 죽음, 추악함 그리고 모든 고통을 신이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침묵)
"어딜 가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는 잠시 멈추고 다시 물었다.
"그렇지?"
마침내는 학생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이 물었다.
"신이 선한가?"
(침묵)
"자네는 예수를 믿는가?"
학생의 목소리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네. 믿습니다."
노교수는 고개를 흔들며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
"과학에서 우리는 오감으로 우리 주변의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하네. 자네는 예수를 봤나?"
"아뇨. 못 봤습니다."
"그러면, 예수가 말하는 것을 들어는 봤나?"
"아뇨."
"예수를 만져는 봤나? 맛을 보기는 했나? 아니면 냄새를 맡아봤나? 아니면 자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각기관으로 느끼기는 하나?"
(침묵)
"대답해보게."
"아뇨. 유감스럽게도 느끼지 못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느끼지 못한다고?"
"네."
"그렇지만 여전히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네..."
"그것이 믿음이란 것이군!" 노교수는 미소를 띄며 학생을 바라보았다.
"과학에서 말하는 실험, 확인, 증명의 방법에 의하면 자네의 신은 존재하지 않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
게 생각하는가? 자네의 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
학생은 대답하지 못했다.
"앉게나."
학생은 침통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또 다른 크리스챤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제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교수는 학생을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 크리스챤 선봉대중 한 명인가 보군. 그럼, 괜찮지, 말해보게나. 다른 학생들에게 자네의 지혜를 들려
주게."
크리스챤 학생은 교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점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문이 있는데요. 이 세상에 온기(heat)
가 존재할까요?"
"그럼, 온기는 존재하지."
교수는 대답했다.
"'냉기'도 있나요?"
"물론이네. 냉기도 있네."
"아닙니다. 없습니다."
교수는 얼굴이 굳어졌고 교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학생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온기를 많이 가질 수는 있습니다. 고온, 초고온도 가능하고 저온도 가능하고 온도가 0 가 될 수도 있습
니다. 그렇지만 '냉기' 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0도 아래로 458 도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절대
온도 0 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만약 '냉기'라는 것이 있다면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야 겠죠. 그러니까 '냉기'라는 것은 단지 '온기'가 없다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냉기'를
잴 수는 없어요. '온기'는 에너지이니까 온도를 잴 수 있습니다. '냉기'는 '온기'의 반대가 아닙니다. 단
지 '온기'의 부재일 뿐입니다."
침묵이 흘렀고 교실은 적막해졌다.
"교수님, 어둠이라는 것이 있나요?"
"그건 바보같은 질문이군. 어둠이 없다면 밤이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가?"
"그러니까 어둠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네..."
"다시 한 번 틀리셨습니다. 어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부재를 표현하는
단어일 뿐입니다. 희미한 밝음, 보통 밝음, 강한 밝음은 있죠. 그리고 계속 적으로 '밝음'이 없으면 그것
을 '어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우리가 '어둠'이라는 단어를 정의합니다. 실제
로 어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만약 존재한다면 어둠을 더 어둡게 만들수도 있어야 되고 어둠을
병에 담을 수도 있겠죠. 어둠을 병에 담으실 수 있겠습니까, 교수님?"
교수는 학생의 모욕적인 발언에 힘들게 웃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흥미진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의 요점이 뭔지 말해주지 않겠나?"
"네. 교수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수님의 철학적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수님
의 결론에도 오류가 있을 수 밖에요."
교수는 화가 났다.
"오류가 있다고? 아니 어디서 감히!"
"제가 그 이유를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다른 학생들은 숨죽여 듣고 있었다.
"설명해보게, 그래 설명해봐."
교수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학생들을 조용히 시켜 크리스챤 학
생이 계속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교수님은 이분법(duality)을 가정하고 계십니다." 학생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는 식이지요. 선한 신과 악한 신을 가정하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신
의 개념을 우리가 크기를 잴 수 있는 어떤 유한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렇지만 교수
님, 과학은 심지어 우리의 생각조차 설명하지 못합니다.
과학에서 우리는 '전기'와 '자기'를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볼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보는 것은 '죽음' 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망
각한 결과입니다. 죽음이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부재입니다. "
학생은 옆 자리의 학생이 가지고 있던 신문을 들어 보이며 계속했다.
"이 신문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저질적인 신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부도덕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이지. 잠깐만, 이봐..."
"다시 틀리셨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부도덕이라는 것은 도덕의 부재일 뿐입니다. 불의라는 것이 있을까
요? 아뇨. 불의란 정의의 부재입니다. 악이 있을까요?"
학생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악이란 선의 부재가 아닐까요?"
너무 화가 난 교수는 얼굴 색이 변하고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학생은 계속했다.
"이 세상에 악이 있고, 우리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고 하죠. 신이 만약에 존재한다면, 혹시 악을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신이 성취하려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성경을 보면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 개개인이 자유 의지로 악을 대신해서 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나와있습니다. "
교수는 치를 떨며 말했다.
"철학자로서, 나는 이 문제가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는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네. 현실주의자로서,
나는 신의 존재나 다른 어떤 신학적인 요소들을 현실안의 공식안에 끼워 맞출 수가 없네. 왜냐하면 신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학생은 대답했다.
"저는 신의 도덕 기준을 이 세상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은 매주마다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수십억의 돈을 벌지 않습니까!
교수님, 지금 저희들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가르치시는 겁니까?"
"자네가 진화론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네.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진화를 눈으로 보신 적이 있나요?"
교수는 학생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교수님, 아무도 진화가 진행되는 것을 본적이 없을 뿐더러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증명할 수도 없습니
다. 혹시 교수님 의견을 믿으라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면 과학자가 아니라 목회자라고 해야 하
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은 철학 논쟁중 일어난 일이니 내 눈감아 주지. 이제 다 끝냈나?" 교수는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선행을 해야 한다는 신의 도덕률을 믿지 않으신다는 건가요?"
"나는 있는 그대로를 믿네. 그것이 과학이지!"
"아! 과학요!" 학생은 갑자기 씩 웃었다.
"교수님, 과학은 인지 가능한 현상을 관찰하는 학문이라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과학에도 오류가 있습니
다."
"과학에 오류가 있다고?"
교실은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학생은 교실이 잠잠해질때까지 서서 기다렸다.
"처음 학생에게 하시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예를 하나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생은 교실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교수님의 뇌를 본 적이 있는 사람?"
교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은 당황스러워하는 노교수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학생: 여기에 교수님의 뇌를 듣거나,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이 있는 분에 계십니까? … 아무도 그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교수님의 뇌가 없다고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습니까?
(강의실은 고요했다. 교수는 심오한 표정으로 학생을 응시했다.)
교수: 사실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젊은이.
학생: 바로 그겁니다, 교수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믿음" 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생명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교수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교수의 시선에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교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교수: 무슨 일인가?
사티레브: 저는 사티레브(Satirev)입니다. 이 대학의 졸업생이죠.
교수: 그래, 왜 손을 들었는가?
사티레브: 저 돌아버린 학생과 그 학생을 인정하는 어떤 멍청한 남자 때문에 이 강의실을 나갈까 해서 말입니다.
(사티레브의 말에 교수와 학생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가 자신을 향해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수: 누구에 대한 불만인가. 나인가, 아니면 저 젊은이인가?
사티레브: 저 ㅈㅓㄼ은이가 돌아버린 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교수님께서 이렇게 버벅 거릴 줄은 몰랐습니다.
학생: 제가 말한 것에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문제가 없는 게 뭐냐고 묻는 게 더 빠를 듯하군.
(사티레브는 강의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쉬었다.
학생과 사티레브는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사티레브: 자네는 전자기파에 대해서 언급했었지. 그럼 묻겠네, 자네는 분명 어떠한 감각기관으로도 신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지. 그리고 자네는 전자기와 신 모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자네는 어떻게 예시로 든 전자기파라는 것을 알고 논하는가? 전자기파도 믿는가? 퀄컴은 자네가 믿는 두 번째 신인가?
(사티레브의 말에 일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는, 그러나 실재하는 것이 있음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사티레브: 말장난이네. 우리의 오감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걸 지각할 수 없다네. 고래의 초저주파, 박쥐의 초음파 등이 그러하지. 그러면 우리가 지금 논하는 초저주파, 초음파는 모두 믿음의 결과물이겠네, 안 그런가?
(학생은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 우린 지각할 수 없는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시켜오고 있지.
들리지 않는 라디오 전파는 라디오 회로를 거쳐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뀐다네.
아, 자네는 라디오 전파도 믿는가? 어느 채널을 믿는가?
(강의실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티레브: 우린 자네가 지각 불가능하다고 내민 예시를 이미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지각하고 있지. 그래프로든 소리로든 간에.
(학생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신이 지각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건 괜찮은 접근이라네. 불가지론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과학으로도 관측되지 않는, 바로 그 절대자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과학으로 관측되지 않는 개체가 또 있다네.
학생: 천사 말입니까?
사티레브: 아니네. 바로 제우스라네.
(제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강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학생: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말씀하십니까?
사티레브: 아니라네. 그리스 경전의 제우스를 말하네. 자네에겐 그것이 신화일지 모르겠지만, 유대민족들이 믿던 신화에 비하면 그리스 경전은 더욱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예수의 희생도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야훼는 태초부터 존재하여 인간 세상에 오지랖이란 오지랖을 다 떨지만 제우스는 타이탄 신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네. 자네가 소위 성경이라 부르는 기독경은 제우스가 세상에 내린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라네. 그걸 연 자네는 그의 함정에 빠진 거라네.
학생: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집필자가 밝혀져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이것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티레브: 느낄 수 없다는 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라네. 교묘한 함정은 토끼가 전혀 느낄 수 없게 짜여있다네.
학생: 기존의 상식을 깨는 주장이군요.
사티레브: 반증이 가능한가? 나는 제우스와 믿음으로 관계하고 있다네.
(학생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판 논리의 함정에 빠졌음을 안 그는 당혹감을 느꼈다.)
사티레브: 그리고 제우스는 자네 같은 크리스찬들을 전부 타르타로스에 넣을 것이라 하였네. 가짜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학생: 그런 구절은 그리스 신… 경전에 없을 텐데요.
사티레브: 나와 제우스는 책이 아닌 믿음으로 관계한다네. 자네들이 성령이라 부르는, 그런 것과 비슷한 개념이 나에게 진리를 속삭인다네. 다만 나에게 온 성령은 자네의 성령과는 이름이 다르다네. 그리스령이라고 하지.
교수: 성령이라는 걸 자네가 입증할 수 있나?
사티레브: 자기 머리에 뇌가 있는지도 장담 못하는 교수님이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그리스령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마 교수님은 X레이나 MRI로 머리를 찍어본다면, 인화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5번씩 기도하겠죠?
(교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왔으나 교수가 그쪽을 바라보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사티레브: 장난은 그만하도록 하지. 제우스 하나에 쩔쩔매는 주제에 시바(Shiva),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등은 어떻게 상대할 건가. 자네가 펴는 그 알량한 논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네. 심지어 야훼를 뜯어먹는 전설의 코요테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
학생: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입니다.
사티레브: 자네들이 소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비하면 아주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옥이니 심판이니 하며.
학생: 좋습니다. 제 논리가 악용될 여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논리 자체에서는 모순점을 찾지 못하신 것 같군요.
(사티레브는 크게 웃었다.)
사티레브: 지금, 자네는 자네의 논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좋아, 그럼 자네가 언급한 걸 이야기해보지. 자네는 진화를 부정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학생: 창조를 전 믿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누구도 진화하는 과정을 본 적 없으며, 그건 단순히 이론에 불과합니다.
사티레브: 단순히 이론? 허… 자네가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화하는 과정이 관측되지 않아서겠네,
자네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화석이 있지 않은가?
학생: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기에 화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싱링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학생의 말에 사티레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의실 왼쪽의 학생들도 입에 웃음을 머금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자네는 내가 아기에서 지금의 성인의 몸으로 성장했다고 보는가?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자네가 내 성장과정을 관찰했나?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랬을 수도 있지 않은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수는 민망함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학생: 사진이 있을 것 아닙니까?
사티레브: 물론이라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이 있지. 나머지 사진들은 애석하게도 집에 화재가 일어나서 잃었다네. 하지만 나의 성장을 말하기엔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 많은 화석도 충분치 않은 자네가 5장 밖에 안 되는 내 사진으로 나의 성장을 장담할 수 있겠나. 물론 내 사진이 백 장 넘게 있다고 해도, 자네에겐 하염없이 부족하겠지. 미싱링크라는 말, 들어봤나?
학생: 사티레브 씨에게 미싱링크가 있단 말입니까?
사티레브: 그렇다네. 난 태어나자마자 제니퍼 로페즈의 몸으로 살았다네. 그러다가 헤라 여신의 시샘으로 인해 지금의 평범한 몸이 되어버렸지.
(학생은 할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의 말장난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그게 자신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그는 땀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티레브: 당황스러울 거네. 난 자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해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네. 자네의 논리대로라면 난 제우스를 숭배하며 번개 걱정 없이 비오는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남들에게 제니퍼 로페즈 시절을 자랑할 수 있지.
자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망상을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버렸네.
학생: …
사티레브: 진화론은 양상이라네. 태초의 생명체를 설명하는 게 진화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네.
함수로 보자면, x값이 0일 때의 y값을 찾는 게 진화론이라는 학문이 아니네.
우린 x값에 따른 y값의 변화 양상을 진화라 명명하고 그걸 연구할 뿐이네. 화석이 부족해서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수천 개의 점을 구해놓고도 그래프 하나 못 그리는 순수한 중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네.
(학생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학생: 그러면 열, 빛에 관한 제 의견도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당연하지. 선한 신, 악한 신에 대한 것 말인가? 자네는 열과 차가움, 빛과 어둠의 예시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저 교수를 눌러보려 했지. 하지만 선과 악은 분명 따로 존재한다네. 선이 약하면 악이 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걸세.
학생: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티레브: 애초에 이해를 했다면 그런 멍청한 발언은 꺼내지도 않았겠지. 예를 들어봄세. 자네가 빅맥을 먹고 싶은 데 50센트가 부족하다고 해보자. 만약 내가 자네에게 50센트를 준다면, 나는 선한가?
학생: 선합니다.
사티레브: 그럼 내가 자네에게 1센트를 준다면?
학생: 마찬가지로 선합니다.
사티레브: 내가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면?
(학생은 망설였다.)
사티레브: 선하지 않지. 그러나 이게 악한 건 아니라네. 내가 자네의 1센트를 뺏는다면, 그건 악한 행동이겠지. 열의 부재가 차가움이라고 했지만, 선의 부재는 악이 아니라네. 선도 악도 아닌 그 중간적인 것이 자네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네에게 50센트를 주지도, 빼앗지도 않는 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네. 이런데도 선의 부재를 악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사티레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교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티레브: 정리하지. 자네는 선과 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다시는 나와 볼 일 없을 저 교수를 함정에 빠뜨렸고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을 관측의 부족으로 보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네. 신이 오감으로 지각되지 않는 대상이라며 이미 상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전자기파를 예시로 들고 나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사티레브는 학생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거증책임은 자네에게 있다네. 신이 있냐고 질문한 건 교수라네. 그럼 자네는 교수가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에 상관없이 신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어야 하네. 결국 자네가 말한 것들 중 신이 있다는 증거 또는 논리를 내포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자네는 고작 교수의 말에 말도 안 되는 답을 해놓고서 결국엔 믿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
자네는 신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함을 밝힌 꼴이 되었지.
(학생은 답을 하지 못했다.)
사티레브: 천하의 교수가 저 정도인데, 갓 유치원에 입학한, 또는 갓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얼마나 자네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겠는가. 허나 언제나 그러하듯 자네들의 말은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네.
자, 이제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어디서 끌어올 건가?
학생: 성경이 있습니다.
사티레브: 자네, 아까 그리스 경전의 그리스령이 한 말을 잊었나? 판도라의 상자라니까. 반증할 수 있는가?
(사티레브는 웃으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와 학생을 힐끗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만이 남았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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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학 수업 시간.
"오늘은 과학과 예수 그리스도 사이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해보도록 하지." 그리고는 무신론자인 철학
과 교수가 한 학생을 일으켜세웠다.
"자네는 크리스챤이지?"
"네."
"그러면 자네는 신을 믿나?"
"물론입니다."
"신은 선한가?"
"당연히 선합니다."
"신은 막강하지? 신은 아무것이나 할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자네는 선한가 아니면 악한가?"
"성경에 따르면 저는 악합니다."
"아, 성경!"
교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은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했다.
"내가 예를 하나 들어보겠네. 만약 지금 아픈 사람이 이곳에 있고 자네가 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가
정해보세. 자네는 치료해줄 수 있네. 그러면 치료를 할텐가? 적어도 치료하려고 노력은 해보겠나?"
"네. 그럴 것입니다."
"그럼 자네는 선하군!"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지? 아프고 불구가 된 사람을 기꺼이 도와주려는데 말야. 사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
들이 도와주려고 할 걸세. 단지 신은 그러지 않을 뿐이지."
(침묵)
"신은 도와주지 않아. 그렇지 않은가? 내 동생은 크리스챤이었는데 암으로 죽었네. 예수에게 고쳐달라
고 기도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어. 그런데 예수가 어떻게 선하다고 할 수 있지? 대답해 볼 수 있겠나?"
(침묵)
나이 든 교수는 다소 동정심이 생겼다.
"대답할 수 없지,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는 학생이 긴장을 늦출 수 있도록 책상에 놓인 물컵을 들어 물을 조금 마셨다. 철학에 입문하는 학
생을 호되게 다루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시작해보지. 신은 선한가?"
"음.... 네."
"사탄은 선한가?"
"아닙니다."
"사탄은 누가 만들었지?
학생은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시....신이요."
"그렇지. 신이 사탄을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노교수는 뼈마디가 앙상한 손가락으로 숱이 별로 없는 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키득키득 웃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번 학기는 아주 재밌는 학기가 될 것 같군요."
그리고는 크리스챤 학생을 향했다.
"말해보게. 이 세상에 악이 존재하나?"
"네. 그렇습니다."
"악은 모든 곳에 존재하지. 그렇지 않나? 그리고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지?"
"네."
"누가 악을 만들었나?"
(침묵)
"이 세상에 질병이 있는가? 부도덕은? 증오? 추악함? 이 모든 끔찍한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학생은 안절부절하며 대답했다.
"네."
"누가 만들었지?"
(침묵)
교수는 갑자기 학생에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가 만들었지? 대답해봐!"
마치 먹이를 노리는듯 교수는 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이 모든 악을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학생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차마 교수의 노련하고 집요한 눈빛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교수는 교실 제일 앞쪽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갔고 모든 학생들은 이 상황에 푹 빠져들
고 있었다.
"말해보게." 교수는 계속해서 말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을 창조했는데 어떻게 신이 선할 수가 있는가?"
그리고는 이 세상의 모든 악을 가르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을 휘휘두르며 물었다.
"모든 증오, 잔인함, 고통, 죽음, 추악함 그리고 모든 고통을 신이 만들었어. 그렇지 않은가?"
(침묵)
"어딜 가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는 잠시 멈추고 다시 물었다.
"그렇지?"
마침내는 학생의 얼굴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이 물었다.
"신이 선한가?"
(침묵)
"자네는 예수를 믿는가?"
학생의 목소리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네. 믿습니다."
노교수는 고개를 흔들며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
"과학에서 우리는 오감으로 우리 주변의 세상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하네. 자네는 예수를 봤나?"
"아뇨. 못 봤습니다."
"그러면, 예수가 말하는 것을 들어는 봤나?"
"아뇨."
"예수를 만져는 봤나? 맛을 보기는 했나? 아니면 냄새를 맡아봤나? 아니면 자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각기관으로 느끼기는 하나?"
(침묵)
"대답해보게."
"아뇨. 유감스럽게도 느끼지 못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느끼지 못한다고?"
"네."
"그렇지만 여전히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네..."
"그것이 믿음이란 것이군!" 노교수는 미소를 띄며 학생을 바라보았다.
"과학에서 말하는 실험, 확인, 증명의 방법에 의하면 자네의 신은 존재하지 않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
게 생각하는가? 자네의 신은 지금 어디에 있지?"
학생은 대답하지 못했다.
"앉게나."
학생은 침통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또 다른 크리스챤 학생이 손을 들었다.
"교수님, 제가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교수는 학생을 돌아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 크리스챤 선봉대중 한 명인가 보군. 그럼, 괜찮지, 말해보게나. 다른 학생들에게 자네의 지혜를 들려
주게."
크리스챤 학생은 교실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말했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점은 나름대로 논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질문이 있는데요. 이 세상에 온기(heat)
가 존재할까요?"
"그럼, 온기는 존재하지."
교수는 대답했다.
"'냉기'도 있나요?"
"물론이네. 냉기도 있네."
"아닙니다. 없습니다."
교수는 얼굴이 굳어졌고 교실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학생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온기를 많이 가질 수는 있습니다. 고온, 초고온도 가능하고 저온도 가능하고 온도가 0 가 될 수도 있습
니다. 그렇지만 '냉기' 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0도 아래로 458 도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절대
온도 0 라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만약 '냉기'라는 것이 있다면 그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야 겠죠. 그러니까 '냉기'라는 것은 단지 '온기'가 없다는 것을 나타낼 뿐입니다. '냉기'를
잴 수는 없어요. '온기'는 에너지이니까 온도를 잴 수 있습니다. '냉기'는 '온기'의 반대가 아닙니다. 단
지 '온기'의 부재일 뿐입니다."
침묵이 흘렀고 교실은 적막해졌다.
"교수님, 어둠이라는 것이 있나요?"
"그건 바보같은 질문이군. 어둠이 없다면 밤이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가?"
"그러니까 어둠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네..."
"다시 한 번 틀리셨습니다. 어둠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부재를 표현하는
단어일 뿐입니다. 희미한 밝음, 보통 밝음, 강한 밝음은 있죠. 그리고 계속 적으로 '밝음'이 없으면 그것
을 '어둠'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 우리가 '어둠'이라는 단어를 정의합니다. 실제
로 어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만약 존재한다면 어둠을 더 어둡게 만들수도 있어야 되고 어둠을
병에 담을 수도 있겠죠. 어둠을 병에 담으실 수 있겠습니까, 교수님?"
교수는 학생의 모욕적인 발언에 힘들게 웃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흥미진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네의 요점이 뭔지 말해주지 않겠나?"
"네. 교수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교수님의 철학적 가정에 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수님
의 결론에도 오류가 있을 수 밖에요."
교수는 화가 났다.
"오류가 있다고? 아니 어디서 감히!"
"제가 그 이유를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다른 학생들은 숨죽여 듣고 있었다.
"설명해보게, 그래 설명해봐."
교수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를 쓰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른 학생들을 조용히 시켜 크리스챤 학
생이 계속 이야기를 하도록 했다.
"교수님은 이분법(duality)을 가정하고 계십니다." 학생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다는 식이지요. 선한 신과 악한 신을 가정하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신
의 개념을 우리가 크기를 잴 수 있는 어떤 유한한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다. 그렇지만 교수
님, 과학은 심지어 우리의 생각조차 설명하지 못합니다.
과학에서 우리는 '전기'와 '자기'를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볼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죽음을 삶의 반대라고 보는 것은 '죽음' 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망
각한 결과입니다. 죽음이란 삶의 반대가 아니라 삶의 부재입니다. "
학생은 옆 자리의 학생이 가지고 있던 신문을 들어 보이며 계속했다.
"이 신문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저질적인 신문입니다. 자, 그렇다면 부도덕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물론이지. 잠깐만, 이봐..."
"다시 틀리셨습니다. 생각해보세요. 부도덕이라는 것은 도덕의 부재일 뿐입니다. 불의라는 것이 있을까
요? 아뇨. 불의란 정의의 부재입니다. 악이 있을까요?"
학생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악이란 선의 부재가 아닐까요?"
너무 화가 난 교수는 얼굴 색이 변하고 말도 안 나올 지경이었다.
학생은 계속했다.
"이 세상에 악이 있고, 우리 모두가 그걸 알고 있다고 하죠. 신이 만약에 존재한다면, 혹시 악을 통해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신이 성취하려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성경을 보면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 개개인이 자유 의지로 악을 대신해서 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나와있습니다. "
교수는 치를 떨며 말했다.
"철학자로서, 나는 이 문제가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하는지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네. 현실주의자로서,
나는 신의 존재나 다른 어떤 신학적인 요소들을 현실안의 공식안에 끼워 맞출 수가 없네. 왜냐하면 신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
학생은 대답했다.
"저는 신의 도덕 기준을 이 세상에서 찾아 볼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은 매주마다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서 수십억의 돈을 벌지 않습니까!
교수님, 지금 저희들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 가르치시는 겁니까?"
"자네가 진화론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렇네. 그렇게 말할 수 있지."
"진화를 눈으로 보신 적이 있나요?"
교수는 학생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교수님, 아무도 진화가 진행되는 것을 본적이 없을 뿐더러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증명할 수도 없습니
다. 혹시 교수님 의견을 믿으라고 하시는 것은 아닌지요? 그러면 과학자가 아니라 목회자라고 해야 하
지 않겠습니까?"
"이번 일은 철학 논쟁중 일어난 일이니 내 눈감아 주지. 이제 다 끝냈나?" 교수는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니까 교수님은 선행을 해야 한다는 신의 도덕률을 믿지 않으신다는 건가요?"
"나는 있는 그대로를 믿네. 그것이 과학이지!"
"아! 과학요!" 학생은 갑자기 씩 웃었다.
"교수님, 과학은 인지 가능한 현상을 관찰하는 학문이라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과학에도 오류가 있습니
다."
"과학에 오류가 있다고?"
교실은 갑자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학생은 교실이 잠잠해질때까지 서서 기다렸다.
"처음 학생에게 하시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제가 예를 하나 들어봐도 되겠습니까?"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학생은 교실을 둘러보더니 이렇게 물었다.
"교수님의 뇌를 본 적이 있는 사람?"
교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은 당황스러워하는 노교수를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학생: 여기에 교수님의 뇌를 듣거나, 느끼거나, 맛보거나, 냄새 맡은 적이 있는 분에 계십니까? … 아무도 그런 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러면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논증으로 교수님의 뇌가 없다고 말하는군요. 그렇다면 교수님의 강의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습니까?
(강의실은 고요했다. 교수는 심오한 표정으로 학생을 응시했다.)
교수: 사실을 믿는 수밖에 없겠군, 젊은이.
학생: 바로 그겁니다, 교수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믿음" 입니다. 그게 바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생명 있게 만드는 것이지요.
(교수는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학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교수의 시선에 따라 학생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교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그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교수: 무슨 일인가?
사티레브: 저는 사티레브(Satirev)입니다. 이 대학의 졸업생이죠.
교수: 그래, 왜 손을 들었는가?
사티레브: 저 돌아버린 학생과 그 학생을 인정하는 어떤 멍청한 남자 때문에 이 강의실을 나갈까 해서 말입니다.
(사티레브의 말에 교수와 학생은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가 자신을 향해 말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교수: 누구에 대한 불만인가. 나인가, 아니면 저 젊은이인가?
사티레브: 저 ㅈㅓㄼ은이가 돌아버린 자라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교수님께서 이렇게 버벅 거릴 줄은 몰랐습니다.
학생: 제가 말한 것에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문제가 없는 게 뭐냐고 묻는 게 더 빠를 듯하군.
(사티레브는 강의실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그를 보며 조용히 숨을 쉬었다.
학생과 사티레브는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사티레브: 자네는 전자기파에 대해서 언급했었지. 그럼 묻겠네, 자네는 분명 어떠한 감각기관으로도 신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했지. 그리고 자네는 전자기와 신 모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럼 자네는 어떻게 예시로 든 전자기파라는 것을 알고 논하는가? 전자기파도 믿는가? 퀄컴은 자네가 믿는 두 번째 신인가?
(사티레브의 말에 일각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는, 그러나 실재하는 것이 있음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사티레브: 말장난이네. 우리의 오감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우리는 오감으로 느끼지 못하는 걸 지각할 수 없다네. 고래의 초저주파, 박쥐의 초음파 등이 그러하지. 그러면 우리가 지금 논하는 초저주파, 초음파는 모두 믿음의 결과물이겠네, 안 그런가?
(학생은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 우린 지각할 수 없는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시켜오고 있지.
들리지 않는 라디오 전파는 라디오 회로를 거쳐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바뀐다네.
아, 자네는 라디오 전파도 믿는가? 어느 채널을 믿는가?
(강의실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사티레브: 우린 자네가 지각 불가능하다고 내민 예시를 이미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지각하고 있지. 그래프로든 소리로든 간에.
(학생은 긴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신이 지각 불가능한 대상이라는 건 괜찮은 접근이라네. 불가지론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과학으로도 관측되지 않는, 바로 그 절대자 말일세. 하지만 말이야, 과학으로 관측되지 않는 개체가 또 있다네.
학생: 천사 말입니까?
사티레브: 아니네. 바로 제우스라네.
(제우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강의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학생: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를 말씀하십니까?
사티레브: 아니라네. 그리스 경전의 제우스를 말하네. 자네에겐 그것이 신화일지 모르겠지만, 유대민족들이 믿던 신화에 비하면 그리스 경전은 더욱 감성적이고 인간적이며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예수의 희생도 프로메테우스의 희생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야훼는 태초부터 존재하여 인간 세상에 오지랖이란 오지랖을 다 떨지만 제우스는 타이탄 신들과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낸 개척자라네. 자네가 소위 성경이라 부르는 기독경은 제우스가 세상에 내린 두 번째 판도라의 상자라네. 그걸 연 자네는 그의 함정에 빠진 거라네.
학생: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은 집필자가 밝혀져 있습니다. 그 어디에도 이것이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는 없습니다.
사티레브: 느낄 수 없다는 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증거라네. 교묘한 함정은 토끼가 전혀 느낄 수 없게 짜여있다네.
학생: 기존의 상식을 깨는 주장이군요.
사티레브: 반증이 가능한가? 나는 제우스와 믿음으로 관계하고 있다네.
(학생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판 논리의 함정에 빠졌음을 안 그는 당혹감을 느꼈다.)
사티레브: 그리고 제우스는 자네 같은 크리스찬들을 전부 타르타로스에 넣을 것이라 하였네. 가짜 신을 믿는다는 이유로.
학생: 그런 구절은 그리스 신… 경전에 없을 텐데요.
사티레브: 나와 제우스는 책이 아닌 믿음으로 관계한다네. 자네들이 성령이라 부르는, 그런 것과 비슷한 개념이 나에게 진리를 속삭인다네. 다만 나에게 온 성령은 자네의 성령과는 이름이 다르다네. 그리스령이라고 하지.
교수: 성령이라는 걸 자네가 입증할 수 있나?
사티레브: 자기 머리에 뇌가 있는지도 장담 못하는 교수님이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그리스령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아마 교수님은 X레이나 MRI로 머리를 찍어본다면, 인화된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하루에 5번씩 기도하겠죠?
(교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나왔으나 교수가 그쪽을 바라보자 웃음소리가 멈췄다.)
사티레브: 장난은 그만하도록 하지. 제우스 하나에 쩔쩔매는 주제에 시바(Shiva),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 등은 어떻게 상대할 건가. 자네가 펴는 그 알량한 논리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될 수 있다네. 심지어 야훼를 뜯어먹는 전설의 코요테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
학생: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입니다.
사티레브: 자네들이 소위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에게 대하는 태도에 비하면 아주 신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옥이니 심판이니 하며.
학생: 좋습니다. 제 논리가 악용될 여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만, 논리 자체에서는 모순점을 찾지 못하신 것 같군요.
(사티레브는 크게 웃었다.)
사티레브: 지금, 자네는 자네의 논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가? 좋아, 그럼 자네가 언급한 걸 이야기해보지. 자네는 진화를 부정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학생: 창조를 전 믿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누구도 진화하는 과정을 본 적 없으며, 그건 단순히 이론에 불과합니다.
사티레브: 단순히 이론? 허… 자네가 진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진화하는 과정이 관측되지 않아서겠네,
자네의 말에서 유추하자면.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화석이 있지 않은가?
학생: 진화의 과정을 설명하기에 화석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미싱링크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학생의 말에 사티레브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의실 왼쪽의 학생들도 입에 웃음을 머금고 상황을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자네는 내가 아기에서 지금의 성인의 몸으로 성장했다고 보는가?
학생: 그렇습니다.
사티레브: 자네가 내 성장과정을 관찰했나?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랬을 수도 있지 않은가?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교수는 민망함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자리에 앉았다.)
학생: 사진이 있을 것 아닙니까?
사티레브: 물론이라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사진이 있지. 나머지 사진들은 애석하게도 집에 화재가 일어나서 잃었다네. 하지만 나의 성장을 말하기엔 사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그 많은 화석도 충분치 않은 자네가 5장 밖에 안 되는 내 사진으로 나의 성장을 장담할 수 있겠나. 물론 내 사진이 백 장 넘게 있다고 해도, 자네에겐 하염없이 부족하겠지. 미싱링크라는 말, 들어봤나?
학생: 사티레브 씨에게 미싱링크가 있단 말입니까?
사티레브: 그렇다네. 난 태어나자마자 제니퍼 로페즈의 몸으로 살았다네. 그러다가 헤라 여신의 시샘으로 인해 지금의 평범한 몸이 되어버렸지.
(학생은 할 말이 없었다.
사티레브의 말장난이 주는 당황스러움과 그게 자신의 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에 그는 땀을 흘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티레브: 당황스러울 거네. 난 자네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해야 할 의무감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네. 자네의 논리대로라면 난 제우스를 숭배하며 번개 걱정 없이 비오는 거리를 걸을 수 있고 남들에게 제니퍼 로페즈 시절을 자랑할 수 있지.
자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망상을 실재한다고 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버렸네.
학생: …
사티레브: 진화론은 양상이라네. 태초의 생명체를 설명하는 게 진화론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네.
함수로 보자면, x값이 0일 때의 y값을 찾는 게 진화론이라는 학문이 아니네.
우린 x값에 따른 y값의 변화 양상을 진화라 명명하고 그걸 연구할 뿐이네. 화석이 부족해서 진화론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네는 수천 개의 점을 구해놓고도 그래프 하나 못 그리는 순수한 중학생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거라네.
(학생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학생: 그러면 열, 빛에 관한 제 의견도 문제가 있습니까?
사티레브: 당연하지. 선한 신, 악한 신에 대한 것 말인가? 자네는 열과 차가움, 빛과 어둠의 예시를 통해 선과 악을 구분 짓는 저 교수를 눌러보려 했지. 하지만 선과 악은 분명 따로 존재한다네. 선이 약하면 악이 되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는 걸세.
학생: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티레브: 애초에 이해를 했다면 그런 멍청한 발언은 꺼내지도 않았겠지. 예를 들어봄세. 자네가 빅맥을 먹고 싶은 데 50센트가 부족하다고 해보자. 만약 내가 자네에게 50센트를 준다면, 나는 선한가?
학생: 선합니다.
사티레브: 그럼 내가 자네에게 1센트를 준다면?
학생: 마찬가지로 선합니다.
사티레브: 내가 한 푼도 주지 않는다면?
(학생은 망설였다.)
사티레브: 선하지 않지. 그러나 이게 악한 건 아니라네. 내가 자네의 1센트를 뺏는다면, 그건 악한 행동이겠지. 열의 부재가 차가움이라고 했지만, 선의 부재는 악이 아니라네. 선도 악도 아닌 그 중간적인 것이 자네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세상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자네에게 50센트를 주지도, 빼앗지도 않는 자들이 지천에 널려있다네. 이런데도 선의 부재를 악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는가?
(학생들은 사티레브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질렀다. 교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티레브: 정리하지. 자네는 선과 악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하여 다시는 나와 볼 일 없을 저 교수를 함정에 빠뜨렸고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이해 부족을 관측의 부족으로 보는 오만한 발언을 했다네. 신이 오감으로 지각되지 않는 대상이라며 이미 상식으로 인지하고 있는 전자기파를 예시로 들고 나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사티레브는 학생 앞으로 걸어갔다. 학생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티레브: 거증책임은 자네에게 있다네. 신이 있냐고 질문한 건 교수라네. 그럼 자네는 교수가 무엇을 얼마나 아느냐에 상관없이 신이 있다는 논리를 전개했어야 하네. 결국 자네가 말한 것들 중 신이 있다는 증거 또는 논리를 내포한 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자네는 고작 교수의 말에 말도 안 되는 답을 해놓고서 결국엔 믿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
자네는 신이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서 믿은 게 아니라, 믿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함을 밝힌 꼴이 되었지.
(학생은 답을 하지 못했다.)
사티레브: 천하의 교수가 저 정도인데, 갓 유치원에 입학한, 또는 갓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얼마나 자네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겠는가. 허나 언제나 그러하듯 자네들의 말은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는 되지 않는다네.
자, 이제 신이 존재한다는 근거를 어디서 끌어올 건가?
학생: 성경이 있습니다.
사티레브: 자네, 아까 그리스 경전의 그리스령이 한 말을 잊었나? 판도라의 상자라니까. 반증할 수 있는가?
(사티레브는 웃으며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도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교수와 학생을 힐끗 쳐다보며 밖으로 나갔다.
강의실에는 교수와 학생만이 남았다. 그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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