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9
지난 토요일(9월 25일).
수리산을 잠시 다녀 왔다.
밤에는 다음 날 있을 장거리 준비를 했다.
타이어에 바람 탱탱하게 넣고 먹을 것도 좀 사고
일찍 잠이 들려고 했다.
평소와 달리 일찍 자려니 잠이 오질 않았다.
가까스로 잠이 들었는데 세 시쯤 깨었다.
모기가 극성이다.
좀 더 자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모기도 바빴다.
결국 일어나 한 녀석은 잡고 한 녀석은 꿈 속에서
잡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다시 네 시쯤 깨었다.
라면 끓여 먹고 물 먹고 스트레칭 하는 둥 마는 둥
하니 4시 50분에 출발하게 되었다.
가로등 불빛과 간혹 보이는 자동차의 빨간 꼬리등이 선명하다.
전날 장만한 자전거 꼬리등도 밝게 반짝인다.
몸을 풀 듯이 가볍게 패달질한다.
종합운동장 앞을 지나 직진한다.
몸이 굳어 있음을 느낀다.
지지대 고개를 만난다.
생각만큼 나아가지 않는다.
내리막 패달질도 가볍지 않다.
어쨌든 간다.
수원 시내를 지나가는데 새벽까지 술을 먹고 있는
이들이 보이고 정장 차림에 혼자 걸어가는 이들도
보인다. 수원역이다.
수원역 로터리를 돌아 오산 방향으로 향한다.
비상 활주로에서 휴식하며 연료를 공급한다.
힘들기 전에 쉬고 배고프기 전에 먹어 두어야 한다.
이 곳에서 인터넷 동영상에서 본 300Km를 넘긴 오토바이가 생각난다.
잠깐 사이에 구름 사이로 여명이 밝아 온다.
십년 전 쯤에 이 곳을 자전거로 달린 적이 있었다.
오산을 외곽 도로로 지나간다.
신호 대기 중인 택시 한 대가 은근히 방해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바싹 붙어 지나간다.
다시 그 택시가 앞지르면서 신경질적으로 빵빵거린다.
순간 짜증이 났지만 다른 차와 다른 택시 기사의
예민함이 스스로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평택역이 꽤 멀다.
이정표는 여러 번 보았는데 도달하지 않는다.
원래 계획은 천안에서 아침을 먹으려 했지만 지금 먹어야 할 듯하다.
평택역 앞의 식당에 들어간다.
7시 10분이다.
식당 아주머니가 말씀을 건네신다.
"어디까지 가세요?"
"부여까지 갑니다."
"어제는 두 사람이 거제도까지 간다고 하던데"
"대단하네요!"
아침을 먹고 물을 채우고 다시 출발. 7:30
평택을 벗어 나니 양쪽으로 들판이 보인다.
아직 추수할 때는 아니다.
도 경계를 지난다.
맞바람이다.
뒤에서 불어도 시원찮을 판에 앞에서라니..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간다.
길에서 배와 포도를 팔고 있다.
추석 연휴의 앞이 길어서인지 차는 많지 않다.
천안대로다.
천안 시내를 가로질러 통과한다.
선문대학교 앞에서 휴식한다.
당연히 먹고 마신다.
다시 출발.
고속철길 아래 고가를 넘는다.
조치원, 공주 갈림길에 꽃 파는 곳이 있었다.
형형색색이 화사하다.
차령고개 오르막 입구에서 휴식한다.
내리막,평지,오르막 가운데 오르막에서
휴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듯했다.
오르막은 길지 않았다.
꼬리등 켜고 터널을 빠르게 통과한다.
다행히 통과하는 동안 차는 한 대도 없었다.
오르막이 길지 않았는데 내리막은 길다.
최고 기어비로 놓고 패달질한다.
공주가 20여 킬로란다.
피곤하다.
모기 두 마리만 아니었어도.
조금 멍해진다. 거리 감각도 없어진 듯하다.
쉬지 않고 속초를 왕복한다거나 일주일 정도에
1500Km를 타는 이들이 가늠이 안 된다. 도대체..???
정안 휴게소에서 멈춘다.
물을 보충하고 파라솔에 앉으니 잠이 온다.
벽과 의자 사이에 자전거를 끼우고 눈을 붙인다.
잠깐이었지만 피곤함이 조금 가신다.
다시 출발.
새로 놓은 공주대교를 지나 터널을 통과한다.
이제부터 강변도로다.
백제큰길이란 이름을 붙였는데 왕복 2차선이다.
강변을 따라 20킬로 쯤 되는 듯하다.
지루하다.
이인면, 탄천면을 지난다.
강변도로가 끝날 즈음 친구에게 전화한다.
아버님이 받으신다.
아직 도착 안 했단다.
전화를 끊고 휴대폰으로 전화하려고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대로 누르니 없는 전화번호란다.
세자리 정도가 생각나지 않는다.
포기하고 집으로 향한다.
이제부터는 익숙한 길이다.
도로를 새로 놓는다고 헐려진 집들이 보인다.
고향을 떠난 이의 이기심일지 모르겠으나
고향은 변하지 않았으면 싶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 심어 지금까지 가을마다 피는
코스모스도 길 양쪽으로 만발하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20분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20분 초과되었다.
다시 한 번 모기 두 마리가 생각난다.
140여킬로 쯤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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