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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30년 만에 연을 만들다.


어려서 이맘때 쯤이면 아이들은 연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살은 대나무로만 했는데 재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고장 난 비닐 우산도 훌륭한 재료가 되었습니다.

재료를 구하면 낫으로 다듬었습니다. 일정한 폭으로 얇게
지금 기억이 났는데 처음의 연은 당시 연매니아였던 사촌형이
부모님의 부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직접 연을 만들었습니다.
나를 포함하여 동네 아이들이 만드는 연은 거의 다 방패연이었습니다.
대부분 방패연 이외에는 만들 줄을 몰랐습니다. 가오리연 같은 경우는
만들기가 더 쉬운데도 불구하고.
꼬리는 거의 대부분 다 붙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중심을 제대로 맞추어
만들지 못하니 꼬리가 없으면 연은 사정없이 돌다 땅에 곤두박질 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만든 연으로 동네 언덕에 올라 북풍에 연을 띄우고 지켜 보며 놉니다.
드물게 형들은 연싸움도 했는데 그것이 재미있었다는 기억은 없네요.

또 가끔은 줄이 끊어집니다. 그럼 여럿이 쫓아가서 줏어 옵니다.
높이 멀리 날린 연은 1km 이상 날라가기도 하여 아이들 걸음으로
한참을 다녀와야 할 때도 있습니다.

연자세를 땅에 고정시키고 밥 먹으로 갔다가 다시 오기도 하였습니다.

연날리기는 정월대보름 이후에는 하지 않는 것이라는 미신이 있었고
그 미신은 지켜졌습니다.
언젠가 그 미신에 대해 설명한 글을 보았었는데 연날리기 놀이가 재미있어
봄이 되어도 일을 하지 않아 미신을 만들어 퍼뜨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단순한 놀이인데 재미있습니다. 

어제 친구 집에 갔다가 만들다 만 연을 보았습니다.
친구 아이의 학교 과제라는데 문방구에서 재료를 다 살 수 있더군요.
종이에 살만 붙이고 납작한 상태로 종이 위에 테이프를 이용하여 실을 
고정시킨 상태로 완성된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30년 전의 기억으로 마무리에 들어갑니다.
윗살과 허리살에 실을 연결하여 당겨서 둥글게 만듭니다.
그리고 위의 두 모서리와 중앙살 아래쪽에 실을 연결하여 완성합니다.
실의 길이도 중요한데 실의 길이에 따른 차이를 이제서야 알겠습니다.

지금은 연날리고 연싸움 하는 동호회도 있는 듯 합니다.
한강 북단의 자전거도로 중 가양대교와 방화대교 사이에 여름에도 
연을 날리고 연싸움 하는 이들이 보입니다.  
꼬리 없는 여러 개의 방패연을 만들어 와서 서로 날리고 겨루는데
연을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능력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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