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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그녀들의 수다 중에서

흥미로운 말을 들은 것이 있어 옮겨 봅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은 저와 같은 동호회에서 자전거를 타시는 분입니다.

======== 이하 퍼 온 글 ===========


이모 할머니께서 오셔서 그저께부터 능안말에 머물고 계십니다.

호적 상으로는 할머니가 93세이시고 이모 할머니는 두 살 아래인 91세이십니다.

이렇게 여러날을 함께 보내신 적이 아마 두 분 어렸을 때 말고는 첨이라죠?  

 

두 분들 이야기의 주제는 한 마디로 회오리바람 속에서 널을 뛰는 격입니다.

먼저 보낸 자제분들 이야기 하시며 눈물 짓다가 갑자기 일본 순사가 어쨌더라

뒷동네 아무개가 저쨌더라 웃다가 언성 높여 싸우다가 어디에 산이 없어졌느니 개천이 사라졌느니

사십 이삼년 전에 뉘집에 꿔준 보리 서말을 결국 못받았느니 읍내에 계란 팔러 산너머 가다가 어쩌구 저쩌구

6.25 전쟁 통에 동네에 뭔 사단이 났는데 요즘엔 고구마 잎으로 된장국을 통 안 끓여 먹는게 뭐 그리 심각하신지...

두 분이 목격한 180년이 넘는 세월을 이야기 하자니 얘깃거리에 끝이 없는 거 같은데

어쩌다가는 그 수많은 얘기들이 순서만 바뀌어 진지하게 리메이크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그냥 저냥 흘려 듣다가 귀에 쏙 들어오는 엉뚱한 표현.. 두 분이 맞장구 치시며

" 옛말에 개를 팔면 말세라구들 했지.."  - (이 부분입니다.)

" 형님, 그러구 보면 옛말 틀린게 하나두 업쌔여~"

끼어들지 않을 수 었어서

" 에이~ 할머니들도.. 그런 엉터리 말이 어디 있다구..ㅋㅋ"

" 얘는~~ 옛날에 어디 강아지들을 팔구 샀구 했니? 동네 사람들끼리 나눠 가졌지.."

" 맞소, 형님. 개들을 내다 팔면서 전쟁두 난게 아뉴?"

" ... ...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어쩐지 대꾸할 엄두가 나질 않아 가만히 저녁 챙겨 드리고 나왔습니다.

능안말에서 벌어지는 두 노인의 두 세기에 걸친 역사 정리는 이번 일요일 낮까지 계속 됩니다.  

오래 사시라고 하면 욕으로 들으시는 우리 할머니들..

지금처럼 건강하게 조금만 더..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힘겨운 공상에 마음이 불편해 잠이 안 옵니다.

탐욕과 증오.. 오늘의 화두가 어제와 같으며 내일도 마찬가지일 텐고

꽃을 보아도 감흥이 없고 두 살배기 아들의 재롱에 서글퍼지니

이 엄청난 인생의 슬럼프에서 어서 벗어나기를.. 위하여~ 허공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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