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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고개넘기

[2005.10.31] 백두대간 월령, 그 시작

진부령 입구.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진부령 정상. 생각보다 낮았다.
왼쪽의 미술관은 화가 이중섭의 상설전시실이 있다 한다.
진부령은 동쪽으로 풍경이 좋으며 내리막 길은 완만하게 길다.


여유로워 보이는가?
지금 죽을 맛일 것이다.


미시령. 아직도 길은 멀다.
오르는 중에 내려 오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로부터
응원의 손짓을 보았다.


미시령 정상에서 바라 본 동쪽


한계령 정상에서 바라 본 동쪽.


이 곳에서 멈추었다.
 
 

2005.10.31

 

이번 여행은 곡절이 많았다.

잠시 정리해 보면,


처음, 28일 금요일 밤에 버스를 타고 새벽에 속초에 내려 자전거를 타고 되돌아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29일 토요일에 결행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의견 수렴 끝에 원안이 채택되었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타고 속초 왕복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다들 긍정적 반응이었고 결정된 것처럼 보였는데 출발 전날 보니 생각하고 있는 날짜는 서로 달랐다.
그래서 다시 원안으로 복귀, 달라진 것은 버스 대신 다야몬님의 차량지원이 있다는 것.
게다가 댄서님이 속초에서 회를 쏘시기로 하셨다는 것.
본인은 실언이라 하시는데 우리는 인정할 수 없었다.

 

28일 저녁, 롯지에 모였다.
짜장면 6개를 시켜먹는다. 난 굶었다.

 

자전거를 분해하여 차에 싣고 저녁 7:10에 출발한다.
팔당을 거쳐 양평, 홍천에 이른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과자로 허기를 채운다.
나를 빼고 다른 분들은 속초를 한 번 이상은 다녀 오신 분들이다.
길을 보며 지난 일을 이야기한다.
자전거로 가면 안 지루한데 차로 가니 지루하단다. 갸우뚱이다.
돌아올 길을 생각하며 오르막을 보면 반가워하고 내리막을 만나면 부담스러워한다.
결국 쓸데 없는 것이 되고 말았지만.

 

차는 홍천을 지나 인제를 향한다.
2차선 도로가 공사 중인데다 갓길도 없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이 길로 난 못 와."
"그럼, 딴 길로 갈까."
"구룡령 쪽이 차도 별로 없으니 그 쪽으로 갑시다."
"미시령을 동에서 서로 넘어 보고 싶었는데."
"그럼, 미시령 넘어서 한계령 넘고 구룡령을 넘자."
"그렇다면 백두대간 고개를 전부 넘어 보자."

 

이리하여 백두대간 월령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일단 진부령, 미시령, 한계령, 구룡령만 넘기로 한다.

속초 터미널에 도착하여 민박집을 찾는다.
예전의 그 집이 없어졌단다.
그래서 밥부터 먹고 숙소를 정하기로 한다.
속초해수욕장으로 간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
회에 소주를 간단히 먹고 횟집에서 소개해 준 민박집으로 간다.
1시 반쯤 잠이 들어 5시 반쯤에 깨었다.
일곱명이 교대로 씻으려니 번거롭다.
이런 때는 안 씻어 주는 센스를 발휘해 본다.
해장국 집에 가서 아침을 먹는다. 밖은 아직 어둡다.
난 공기밥만 두 그릇 먹는다. 밥을 먹고 나니 어둠은 거쳤다.

다시 차를 타고 미시령을 넘는다.
어제밤의 바람이 아침까지 이어진다.
"진부령 5KM" 푯말을 보고 황급히 하차한다.
날은 조금 쌀쌀하다.


자전거를 꺼내 조립하고 출발.

길 양 옆으로 군부대가 여럿 보인다.
경사는 완만하다. 고개가 언제 나오나...정상이 어디인가...하는데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이니까 잠시 휴식하고 동쪽으로 내려간다.
내리막 시작하는데 오른쪽으로 보이는 계곡의 풍경이 브레이크를 잡게 한다. 곱다!!

 

간성에서 속초로 향한다.
머루님이 선두에 선다.
작은 호수에 철새가 앉고 하늘에 기러기 떼지어 난다.
우리는 떼지어 길을 달린다.

 

속초 도착.
이제 미시령을 향한다.
울산바위가 한 눈 가득 들어온다.
두 번째 쉬는 곳에서 패달을 빼지 못해 넘어지고 만다.
댄서님 오시더니 자전거를 살피신다.
자전거 시집 보낸 것이 못내 아쉬운 듯하다.

 

다시 출발.
오르막인데 계곡을 휘도는 바람이 앞을 막는다.
고개 푹 숙이고 패달만 돌릴 뿐이다.
"어쨌든 패달만 돌리면 올라가니깐."
드디어 미시령 도착.
단풍객들로 북적인다.
지나가는 몇 몇 분들이 자전거에 관심을 갖고 말씀을 건네오신다.

모두 올라오고 잠시 휴식 후 "쏟아지자"는 말과 함께 내리막 길에 접어든다.
내리막도 바람 때문에 쉽지 않다.
진부령과 미시령 갈림길에서 멈춘다.
황태해장국으로 점심을 먹는다. 역시 공기밥은 두 그릇.
결혼하신 분들은 특산물 하나씩 사시고.
불사조님이 여기에서 차에 타셨던가....

 

이제 한계령으로 향한다.
민예단지 삼거리가 꽤 멀다.
깊은 계곡의 단풍이 절정이다.
그래도 무심하게 자전거는 달릴 뿐이다.

민예단지 삼거리에서 잠시 휴식한다.
머루님이 차에 오를까 하시는데 주변의 눈총이 따갑다.
다시 머루님을 선두로 한계령을 향한다.
댄서님이 머루님에게 뒤에서 이런 저런 말씀을 해 주신다.
장수대에서 휴식하고 오른다.
밥 먹은지 얼마나 되었다고 배가 고프다.
먹고 타는 게 아니고 타고 먹는 거였나!

 

한계령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넘어 보고 이것이 두 번째다.
그 때는 정상에 얼음이 얼어 있었는데.

한계령 단풍객이 미시령보다 많다. 많을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머루님은 한계령 정상에서 차에 오르시고 이제 마돈님, 댄서님, 푸른돛님, 나.
이렇게 넷이 내려간다.
방향은 양양이다.
차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내려간다.
내리막이 길다. 내리막 달리다가 지친다.
구룡령 가는 갈림길에서 휴식한다.
마돈님이 엉덩이가 아파서 이 곳에서 차에 오르신다.

이제 3명.
댄서님 선두, 푸른돛님, 나 이렇게 달린다.
다들 지쳤는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정신력이고 근성이다.

이 곳도 단풍이 한창이다.
단풍, 계곡, 바위, 물, 집, 사람.

힘겹게 가고 있는데 누군가 댄서님을 부른다.
남부군들이었다. 이틀 밤을 이 곳에서 보내신단다.
스치듯 인사하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산 속이라서 그런지 어둠도 빨리 잦아든다.
10km마다 한 번씩 휴식한다.
고개 입구 구룡령 휴게소 앞에서 휴식한다.
셋 다 기진맥진이다.
정상까지 10km 정도 된단다.

이제는 빨리 가는 것보다 다 같이 가는 것이다.
천천히 오르며 덜 힘들고자 말을 주고 받는다.
4km를 가서 휴식한다.

길은 넓고 차는 드물다.
길은 길고 부드럽게 돌아 오른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뒤에서 지원차량이 불을 비춘다.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을 속도로 천천히 오른다.
3km를 가고 다시 휴식.

이제 정상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질 때다.
자칫 페이스를 잃을까봐 속도에 더 신경 쓴다.
나도 지치고 남도 지친 것을 아니 서로 더 배려한다.
나올 듯한데 정상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몰라서 한 번 더 휴식.
앞서 가는 차를 보니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확실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백두대간 월령, 이제 시작이다.

 

다음에는 구룡령 정상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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