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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고개넘기

[2005.11.14] 백두대간 월령 2차

전날 밤 늦게 홍천 어느 산장에 도착하여 아침에 일어나 이 곳에 이르렀다.
저번 1차 월령 이후부터 시작한다.

 
하늘에 삿대질 하였으나 심의 통과.
누워 있는 자전거는 내 꺼.

 

점심 먹은 곳.

공사 중인 조침령.
 
양양의 바닷가.


 


2005.11.14

 11월 11일 금요일 밤, 10시 45분에 출발했다.
홍천 서석면의 물골산장에 두 시간이 걸려 도착했다.
콘테이너로 만들어진 숙소에 짐을 풀고 가볍게 소주를 한 잔 하고 잠이 든다.
잠이 깨었다.
밖으로 나갔다.
날씨는 꽤 쌀쌀하다.
땅에는 가로등 하나,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거린다.
그리움인지 아쉬움인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새벽녁에 한 번 더 잠이 깨었다.
양쪽으로 난 창이 한 쪽은 밝고 한 쪽은 어두운 것을 확인하고서 더 잔다.
양쪽 창이 모두 밝은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침은 산장에서 먹고 차로 출발지까지 이동한다.
구룡령 정상에서의 내리막 출발은 날도 추운데다 별 의미가 없어 아래에서 시작하기로 한다.
그런데...길을 몰라 구룡령 정상까지 가고 말았다.
저번 밤에 올라 온 길을 굽어 본다. 까마득하다.

몸도 풀지 않고 다들 내려 간다. 이 때가 아침 아홉시.
선두는 보이지 않는다. 날도 춥고 몸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발 시리고 귀 안도 아프다.
저번에 저녁을 먹었던 식당 앞에서 휴식한다. 13km 정도를 달린 것이다.
신발을 벗고 시린 발을 주무르고 햇볕에 쪼여 본다.

홍천군 내면 명개리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한다.
선두는 폭주하듯이 빠르게 나아간다. 나도 따라간다.
향기님이 폭주의 주모자인듯 하다.
오른쪽 아래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 사람이 있고서 오염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모두 과욕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게다.

계곡으로 난 도로에 그늘과 해가 난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그늘에는 얼음이 살짝 얼어 있다.

추워서인지 체력 소모가 크고 속도도 잘 붙지 않는 듯하다.
자주 쉬게 된다.
마을과 최근에 지어진 펜션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냇가에서 낚시하는 이들이 여럿이다.

상남면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현리 방향으로 향한다.
조롱고개가 있다.
비타입님이 뒤쳐지지 않고 선두조에 속해 있다.
특훈이 있었나!!
고개 정상의 군부대 앞에서 잠시 휴식 후 출발.

어디쯤인가에서 갑자기 다들 뛰쳐 나갔다.
차 없는 은근한 내리막에서 누가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군부대 지나 다리 지나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동리로 간다.
기린초등학교 방동분교 앞에서 휴식한다.
이 때가 낮 12시 쯤이었을 것이다.
가야 할 방향에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 보인다.
향기님이 방동약수터로 가는 길이고 우리가 갈 길은 아니란다. 다행이다.

계획은 조침령을 넘어 어성전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었으나 조침령도 먼데
어성전은 불가였다. 그래서 바삐 밥집을 찾아 들어갔다.
뒤에 오시던 마돈님은 우리를 못 보고 지나치셔서 푸른돛님이 쫓아간다.
조립식 건물에 허름하였으나 인심과 맛은 넉넉했다.
차 한잔 하고 오래 쉰다.
구름 공장도 쉬는지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다.
어쩌다 여기까지 와 있나...??

또 고개를 만난다.
왼쪽에 은빛으로 빛나는 숲이 보인다. 자작나무던가?
이 고개가 조침령인 줄 알았다.
올라 왔으니 내려간다.
이제는 각자 뚝 떨어져서 달린다. 체력의 차이가 나타나는 모양이다.
초반에 폭주를 일삼던 향기님도 지치신 듯하다.
터널 공사 중인 곳에서 멈춘다.
조침령 터널 공사란다. 여기가 조침령!
이 곳에서 향기님은 완만하다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오르신다.
차는 필례를 거쳐 한계령을 넘어 서림에서 만나기로 한다.
이제 5명. 오른쪽 비포장 길로 접어 든다.
안 완만하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휴식한다.
이 곳에 다시 올까...지금 보고 있는 모습은 내 평생 한 번일 수 있다.
조침령 정상은 다른 고개들과 달랐다.
고개치고는 비교적 넓은 평지가 있고 좌우로 산 아래가 보인다.
시원한 느낌이다.
조침령임을 알리는 비석이 있고 그 옆의 나뭇가지에는 백두대간 종주자들의
자취가 매달려 살랑거린다.

내리막길은 더 가파르다. 마돈님은 도로용 타이어인지라 내려서 뛰신다.
터널 공사 중인 차량들로 인해 가다서다를 반복한다.
건너편 산 중턱에 우리가 넘을 임도가 보인다.
서림에 내려선다.
마돈님은 타이어로 인해 임도가 어려워 모두 차를 기다린다.
오래 밖에서 기다리다 보니 몸이 굳어진다.
마돈님께서 커피를 뽑아 주신다.
시간은 4시에 가까워진다. 이제는 산을 넘기에는 늦어버렸다.
차는 오고 있는 중이란다. 차가 오는 방향으로 자전거를 탄다.
4시 쯤 마주 오는 차를 만나 자전거를 싣는다.

총거리 92km.
다들 체력은 많이 남아 있는 듯하다.

양양으로 향한다.
바닷가를 일 없이 거닐다가 물치항 횟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다른 날과 다르게 마돈님도 술을 한 잔 하신다.
더 피곤하게 하여 주무시려나 보다.

다야몬님의 현란한 코너링에 감탄하며 밤 11시쯤 돌아왔다.
저녁 먹고 맥주 한 잔 하고 1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내년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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