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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자유

혼자가 되어버린 남산


2005.07.07

 

허밍버드에 목적지 번개가 떴다.

목적지 번개란 모이는 장소를 먼 곳에 두고 그 곳까지 따로 가서

함께 돌아 오는 것이다. 이동 거리나 퇴근 시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이다.

점심 때 먹은 콩국수에 공기밥 2개가 저녁까지 든든하게 한다.
그래서 저녁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출발한다.
몸풀기 위해 천천히 타려고 했는데 학의천에 들어서자마자 과속이 된다.
그냥 냅 둔다. 장거리에서 체력 안배 한다고 조심스럽게만 탄 것만 같아서
오늘은 조금 무리한다. 그래야 나아질 듯 하여.

힘만 과하지 속도는 잘 붙지 않는다.
성산대교 근처 매점에 이르러 휴식한다.
물 한 병 사서 다 마시고 원효대교를 향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다.
7시 10분 쯤에 원효대교에 도착한다.
매점에서 찐 계란과 음료수를 산다.
누군가 계란이 상했다며 매점에 들고 오니 무조건 바꾸어 준단다.
확실한 사후관리네 라고 생각한 건 내 것을 깨기 전까지였다.
내 것도 상해 있다. 컵라면으로 바꾼다.
매점 아저씨에게 남산 가는 길을 묻는다.
그 곳 지리를 모르니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
원효대교 건너가서 쭈욱 가면 된다고 하신다.
남산탑을 보고 그 방향으로 갈 작정을 하는데 남산이 안 보인다.
대기가 온통 뿌옇다.

원효대교 지나니 용산전자상가가 나온다. 오호!
직진하다 보니 이 길이 아닌 듯하여 신용산역으로 간다.
서울역 방향으로 간다. 어디 쯤엔가 남산공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댄싱으로 오른다. 자세 탓인지 힘탓인지 다리보다 팔이 더 아프다.
그렇게 팔각정 아래 매점까지 오른다.
매점 주위를 둘러 본다. 아는 얼굴 없다. 너무 일찍 왔나?
(팔각정은 그 위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내려 간다. 입구까지 신나게 내려 가서 다시 댄싱으로 올라 온다.
두 번째는 조금 더 나아진 듯 하기도 하고.
매점에서 물 한 병을 사서 다 마시고 그 위로 올라가 본다.
안 타는 길이 아닌가 싶어 끌고.
여기가 팔각정인가 보네.
그래도 아는 얼굴 보이지 않는다.

사진 찍어 주는 할아버지의 즉석 사진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세월이 변함에 따라 덩달아 변하는 것들이 있다.

일단의 무리들이 팔각정 앞 마당에서 북적대더니 내려 간다.
오지 않으려나, 아니면 먼저 간 것인가.
아쉬움을 남기고 내려 간다.
안 가 본 길로 가 본다고 가는데 주택가 골목이다.
허름한 골목으로 외국인이 귀가하는 모습이 낯설다.

삼각지역으로 간다.
작년에 이 근처 자전거포까지 찾아 와 중고 자전거를 샀었는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로써 남산에 세 번째 올랐다.
일곱살 때,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그리고 오늘.

거리는 97.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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