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절주절

[펌] 닭 이야기, 장닭

동호회 회원이 쓴 글.

----------------------------------------------------------------------------------

시골에서 키우는 닭이야 당근 토종닭이고 이 놈은 잘 아시겠지만 질기기가 보통이 아니어서 백숙으로 해먹어도 무자하게 질긴 것이 먹는 것도 고역이다. 물론 요센 압력밥솥으로 하면 괜찮긴하다.
닭몸뚱아리를 짜구(앞에는 망치 뒤에는 도끼)로 마구 쪼사버려 뼈까지 조각내고 살도 연하게 한 후 칼로 썰어서 후라이판에 고추장 양념무쳐 요리하면 제육복음과 비슷하게 해먹으니 머 명칭으로 붙이자면 닭불고기쯤 될래나 ?^^

머 시골이야 다 그렇겠지만
울동네에도 집집마다 개한마리씩은 키웠고 닭도 잡아먹기 위해서 혹은 계란을 위해서 키웠다.
조그만 시골에 있는 학교에 다니던 10살짜리 겸둥이 ^^ 나
내가 정말 무서워하던 것이 있었는데 닭이다. 장닭.
사실 위험하기로야 따지면 개가 어린아이한테 더하겠지만 시골똥개들이야 왠만하면 문밖으로 겨나오질 않고 또 목줄로 묵어두니 짖어대는게 좀 무섭지만 그리 위협적이진 않았다.
우 리집도 대한민국 토종 변견 한 마리를 키웠었다. 내가 핵교 파하고 집에 오면 반겨주는 무척이나 변을 좋아하던 우리집 개 --;; 내가 평상에 누워서 오침하고 있으면 내얼굴을 싹싹 핱아주던 --;;;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놈이 변 드시고 내 얼굴에 양치질 한건가 orz
핵교 파하고 집에 오는 길에 동네 어귀에 들어오면 반드시 울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우리 옆집을 지나쳐야 했는데 그 집에는 아주 살벌한 닭이 있었다. 모든 암탉을 거느리고 그집 개보다  집을 더 잘 지키던.....
보통 닭보다 훨 큰 몸뚱아리를 휘감은 밤색이 도는 깃털 대가리에 붉은 볏이 있고 빨갛게 광을내던 눈 그리고 그 매서운 부리와 발톱
그 집앞을 지날 때마다 달려들어 쪼을려고 해서 다시 뒤돌아 열시미 도망가서 마을을 한바퀴 돌아 집에 가곤 했다.
몇 번 도망가다보니 깨달은 것이 닭과 눈이 마주치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장닭은 지나가는 날 가만히 지켜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에 나에게 달려든 것이다
시선만 안마주치면 즉 눈깔고 지나가면 괴안은 것이다.
그리고 이놈은 달리기가 그리 빠르지 못해서 나를 못따라오지 않은가.
다시 학교 파하고 동네어귀
겁먹고 동네를 돌아서 갈 것인가. 방법을 알았으니 용감하게 눈깔고 (__) 갈 것인가.
“그래 눈만 안마주치면 되지"

마음을 다잡고 걸음을 옴겨 그집앞 어귀 멀리서 보니
역시나 망할 놈의 닭이 대문앞을 떡 지키고 있는 것이다.
고개 숙이고 눈깔고 담벼락쪽에 최대한 붙어 조심조심 걸음을 옴겼다.
심장소리가 두근두근 조마조마 걸음도 살금살금...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그놈이 날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뒷덜미가 사늘하게 오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거의 다 지나가서 안심이 되자 살며시 나도 모르게 고개 들었다.
순간 딱 마주친 빨강 눈동자 @.@
“꼭.꼬.꼭”소리를 내며 푸드덕 날개짓하며 달려오는 장닭
나는 뒤돌아 뛰지 않고 우리집으로 뛰었다.
닭이 푸드덕 대며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집앞!!!
오! 우리집 변견이 나를 마중나와 있지 않은가!!
똥줄타게 도망가던 나는 애견을 보자 용기 백배 -0-/
똥개도 집앞에서 50% 먹고 들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우리 변견도 있으니 숫적으로도 우세하고 이제 둘이서 싸움하면 이기지 않겠는가!
한판 붙어보자! 주먹불끈쥐고 뒤돌아서자 어 닭이 보이지 않네!
그 순간 “푸드덕”소리가 머리위에서 들려 올려다보니
닭이 날고 있었다 --;;;
그리고 무서운 강하
내마빡 한복판을 정확히 부리로 내리 찍는 기교에 이어지는 내 목줄기에 남겨지는 발톱세례.

착지후 변견을 피해 다시 점프 담장위로 훌쩍 날아올라 내려 앉는 멋진 모습.
당하는게 내가 아니고 구경하고 있었다면 탄성을 발하였을 만한 멋진 동작 아닌가!
거기에 내눈 한번 마주치고 하늘로 고개들면서 내지르는 승리의 함성!!!!
“꼬끼요”
그순간 내 마빡 한가운데서 피가 주르즉 흘러내린다 ......ㅠ.ㅠ
...
논일을 마치고 오신 아버지 내 마빡 보시고.... 울면서 사정 얘기 해 드렸더니
이를 뿌드득 가시더니
조용히 나가셔서
그 집으로 가서
장닭 목을 세바퀴나 돌려버리셨다 --;;
그날 저녘에 먹은 닭불고기는 정말 맛있었다.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펌] 사랑 이야기 2  (0) 2009.12.01
[펌] 사랑 이야기 1  (0) 2009.12.01
아버지  (2) 2009.11.21
[펌] 광대한 우주  (0) 2009.11.01
[펌] 어느 어머니의 말씀  (0) 2009.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