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쳐 줘도 알지 못한다.

몇 개월 전 영업소에 본사 직원이 나와서 교육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내용은 자필서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자필서명을 미필 또는 대필한 것은 무효계약이다. 사후 추인도 의미없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자필서명이 정상적이지 않은 계약에 대해서도 보험사는
60%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보험사는 보험모집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다.

이런 요지의 교육이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영업가족들의 계약도 그런 계약이 많은데 그건 어떻게 되는 거냐?"
"그것도 무효계약이다."
"계약당사자끼리의 문제인데 사후 추인하면 어떠냐?"
"그래도 무효계약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내들이 또는 어머니들이 보험영업한다고 남편이나 아이들 또는 친지들의 보험을
자필서명을 대필하여 임의로 가입한 건이 있습니다. 이런 계약들 꽤 됩니다.

그런 보험계약의 보험대상자인 남편이 사망했다고 쳐 보죠. 사망보장은 1억원으로 가정합니다.
보험사에서 자필서명이 정상적이지 않아 무효계약임을 알게 되면 60%를 지급합니다.
(대법원 판례입니다.) 아내는 6,000만원을 받습니다. 그런데 모집자 과실이 있어
50% 구상권이 청구되면 3,000만원은 돌려 줘야 합니다.

1억원어치를 사 놓고 실제 3,000만원만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것도 그나마 다행입니다. 소송이라도 벌이면 소송비용으로 다 날리고 맙니다.

보험은 만약을 위해 가입하라고 모집인들은 말하면서 이런 위험을 알려 주었는데도
알지 못하고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딱 한 분이 남편의 보험계약이 무효계약임을 인식하고 문의를 하였습니다.
보험은 유지를 하고 싶어 하셨고 여지껏 낸 보험료는 1,000만원 정도였고요.
돌아온 답변은 무효계약을 주장하면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6개월 영업정지를 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약을 하라는 것이었죠.
답변에 황당하던 그 분은 금감원에 문의를 하였습니다. 계약한 보험사와 분쟁 상태를 만들면
부담이 되어 조정이 아닌 문의를 한다고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가 금감원에서 본사로 했는지 지점으로 했는지 해결할 것을 권고(지시?)했는지?
그 때부터 지점장 본사 들락거리고 바삐 움직이더군요.

나중에 청약서를 확인해보니 남편 도장이 찍혀 있어서 그 일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몇 개월이 지난 얼마 전에 동료 설계사들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어떻게 자기 계약에 대해 민원을 넣을 수 있는냐?' 는 것이었습니다.

가르쳐줘도 모릅니다. 오히려 가르친 사람을 비난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회사를 생각하는 것과 회사가 자신을 대하는 것이 다름을 모릅니다.